
그렇다면 시스템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언제, 어느 순간에 일상생활에 큰 도움이 될까요?
시스템 사고는 직관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시스템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일상생활에서 갈등을 불러올 수도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의 직관적인 상황 판단과 충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간을 들여 그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사람(?)으로 오해를 살 수도 있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시기에 시스템적으로 사고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는 우리 주변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강력한 자극제가 되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자극은 앞선 글에서도 설명했듯이, 문제가 발생한 지점에서 벗어나 생각의 폭을 넓혀, 전혀 다른 곳에서 해결책을 모색할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점에 있습니다. 문제 발생 지점과 동떨어진 곳이라고 하면 다소 추상적으로 느껴지실 텐데요. 아래 이미지를 보면, 이 개념이 좀 더 명확해질 것입니다.
이 그림에서 문제는 ‘감기에 걸렸다’는 사건에서 시작합니다. 이 사건의 시작점만 놓고 보면, 감기약을 처방받는 것이 가장 단순하고 직접적인 해결책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스템적으로 생각해보면, ‘잠이 부족할 때 감기에 잘 걸린다’는 보다 근본적인 패턴을 발견할 수 있고, 잠 부족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예를 들어 스트레스, 불규칙한 식습관, 건강한 음식에 대한 접근성 부족—까지도 생각이 미치게 됩니다. 더 나아가 왜 일터에서 잠 부족을 유발하는 생활 패턴이 반복되는지를 고민하게 되고, 결국 ‘감기에 걸렸다’는 문제에서 출발해, 직장에서 성공에 대한 현대인의 인식 구조나, 휴식과 건강한 음식에 대한 사회적 관점 등까지 확장하여 근본 원인을 탐색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방식의 사고 확장은 일상에서 매일 일어나는 일은 아니지만, 이런 사고의 틀이나 ‘생각 근육’을 키워놓는다면, 일반적인 관점과는 다른 깊이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감기에 걸린 사람에게 단순히 약을 권하는 대신, 평소 생활 습관을 모니터링하고 생활 습관 부분을 개선하도록 조언하는 방식으로 해결안을 제시할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시스템의 특성상, 이런 해결책은 즉각적인 효과보다는 시간이 걸리는 장기적인 해결책일 수밖에 없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단기적인 성과를 추구할 때, 시스템적으로 사고하는 사람은 장기적인 성과와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하고, 문제의 근원을 치유하는 방식의 사고 구조를 활용합니다. 결국 시간이 쌓여가면, 양쪽의 차이는 점점 더 커지게 됩니다. 마치 복리의 힘처럼요. 감기약처럼 즉시 증상을 완화하는 방법과, 생활 습관 개선을 통해 감기 자체를 예방하는 체질로 바꾸는 방식은 본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시스템 이론에서는 이처럼 문제가 발생한 지점에서 벗어나, 다른 영역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 사고 습관을 ‘지렛대 찾기(finding leverage point)’라고 부릅니다. 시스템에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핵심 지점을 찾아내고, 그 부분을 변화시켜 전체 시스템의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방식이죠.
예를 들어, 친환경 디자인을 실천할 때 정보의 가시성이나 시각적 주목성을 높이는 작업은 단기적으로 효과적인 해결책이며 실행도 쉽습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이고 지속 가능한 변화는, 우유 팩이나 폐건전지를 휴지나 쓰레기봉투처럼 현금성 있는 물품과 교환하는 순환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이뤄낼 수 있습니다.
두 가지 방식 모두 지렛대 역할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만, 첫 번째 해결안은 비교적 약한 지렛대로서, 전체 친환경 시스템에 미치는 변화가 제한적입니다. 반면에 정책 변화와 같은 중간 수준의 지렛대는, 가시성 개선보다 훨씬 더 큰 파급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지렛대 찾기 전략은 단순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차원이 다른 근본적인 해결책을 도출할 수 있는 사고의 힘을 길러줍니다. 이는 복잡한 문제를 마주했을 때, 보다 깊이 있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 사고 도구인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