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스템이란 무엇일까요?
시스템은 특정 환경에서 함께 작동하여 시스템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모든 기능을 수행하는 관련 구성 요소의 집합이라고 합니다.
이런 관점으로 보면, 우리의 몸도 대학교도 이동 수단도 모두 시스템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몸은 호흡계, 순환계, 소화계, 신경계 등의 관련 구성 요소가 함께 작동하여 생명 활동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커다란 생체 시스템으로 볼 수 있고요. 대학교는 강의 시스템, 관리 시스템, 학생 활동 지원 시스템, 재무 시스템, 시설 시스템 등의 구성 요소가 함께 작동하여 자유로운 학문 탐구라는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커다란 조직 시스템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서울시 따릉이도 자전거, 모바일 앱, 거치대, 회수차량, 회수 인력, 수리 인력 등의 구성요소가 함께 작동하여 도심 내 연결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모빌리티 시스템으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렇듯 우리 주변에 있는 것을 시스템으로 생각해 본다면 시스템은 우리 사회에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겁니다.
시스템을 표현하는 다양한 방법?
시스템을 표현하는 방식은 학자들마다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시스템이 지향하는 목적(Goal), 하부 구성 요소(Elements), 그리고 구성 요소 간에 주고받는 것(Interactions)으로 표현하는 방법이 일반적입니다. 실내 온도 조절 시스템을 예로 들어보면, 시스템의 목표는 일정한 실내 온도 유지가 되겠고, 시스템의 구성 요소는 보일러, 집, 온도계, 그리고 보일러를 제어할 수 있는 스위치 등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구성 요소들이 함께 작동하여 실내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죠. 시스템의 연결 관계를 표현하면 다음과 같이 나타낼 수 있습니다.
이 시스템에서 구성 요소 간에 주고받는 상호작용 요소는 매우 다양한데요. 예를 들어 집과 온도계 사이에는 실내 공기의 온도가 오고 가고 있고, 온도계와 보일러 간에는 온/오프의 전기 신호, 보일러와 집 간에는 따뜻해진 공기 등이 상호 작용하는 요소가 됩니다. 이렇게 상호 관계를 자세히 기술하다 보면 점점 더 복잡한 구조를 띠게 됩니다.
우리는 시스템이 작동하는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 이해관계자 지도를 자주 그립니다. 예를 들어 노인 복지 서비스가 작동하기 위한 이해관계자 지도는 아래와 같이 그릴 수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히 노인복지 시설이나 센터가 문제의 핵심으로 그 곳 (장소)에서 해결안을 찾아야 할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를 바꿔야 하는 경우도 있고, 사회 복지사를 도와주는 시스템을 개발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듯 문제를 발견한 지점(예: 노인 복지 시설)에서 벗어나 문제의 핵심을 찾기 위해 사고의 구조를 확장하는 (시스템적으로 사고)하는 것이 유용한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
시스템적으로 사고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문제가 발생한 곳에서 직관적으로 문제의 원인과 해결안을 바로 찾는 기존의 좁은 사고 방식에서 벗어나, 문제의 범위를 확장하여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곳에서 혁신적인 해결안을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이 탁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문제를 발견한 지점을 넘어서 더 넓은 시야로 문제를 확인하기 위해 문제가 일어난 곳과 주변을 함께 그려보는 방식으로 시스템 다이어그램을 그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왜 지금 이 시점에 세상을 시스템적으로 생각해야 할까요? (Thinking in System)
세상은 이미 너무 복잡합니다. 이 복잡한 세상을 단순히 직관만으로, 원인-결과의 연결 고리로 이해하려 하면 진짜 세상을 이해하거나 설명할 수 없습니다.
도널드 노먼 교수는 "인간의 마음은 이러한 시스템의 복잡성을 이해하도록 설계되어 있지 않다"고 말합니다. 또한 존 타카라는 그의 책 "In the Bubble"에서 "세상의 너무 많은 부분이 이미 지나치게 디자인되어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렇게 이미 많은 부분이 디자인된 사회에서는 이 복잡성을 인간이 이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복잡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스템 사고가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보죠. 지금 대한민국의 저출산, 고령화, 인구 소멸 문제를 출산장려금, 병원 진료비 지원, 육아 비용 지원 등 금전적인 접근으로 해결하려 합니다. 하지만 막대한 세금을 투입해도 출산율은 쉽게 올라가지 않습니다.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요? 이 문제를 접근하기 위하여 시스템적으로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함께 보면 어떤 모습일까?

이 시스템 다이어그램에서는 세대 간의 소통과 단절 문제를 청년 일자리 감소 문제 중의 하나로 보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에서 벌어지는 정보의 비대칭, 불균형을 문제로 보고있죠. 최초 문제의 발생 지점인 '청년'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지점에서 시스템을 개선시킬 수 있는 단서를 찾으려 한 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청소년 무기력증의 원인을 인스타그램 중독이나 도파민 중독 등에서 찾는 경우는 또 어떨까요? 대상 관찰이나 인터뷰 결과 대부분의 대상자가 '핸드폰'을 '원인'으로 지목합니다. 하지만 이런 접근방식은 문제를 발견한 지점에서 바로 해결책을 찾으려 하는 시도는 아닐까요?
이 경우, 시스템적으로 조금 깊이 들여다보면, 청소년 무기력증의 해결책은 핸드폰이라는 지점에서 멀리 떨어진 곳 -- 예를 들어 공공장소나 체육시설 등 --에서도 발견될 수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청년 인구 감소의 예처럼요.) 이처럼 문제의 출발점에만 머물지 않고, 더 넓은 시각으로 구조를 바라보는 사고 방식이 바로 '시스템 사고'입니다.
ChatGPT처럼 문제의 표면적 지점을 빠르게 분석해주는 도구가 점점 발전하는 시대일수록, 이러한 시스템적 사고 훈련이 더욱 중요해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단순 Design Thinking에서 벗어나 시스템적으로 생각해보자는 의미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 우리가 다루는 문제가 이미 너무 복잡하다는 것을 인정하자는 것입니다. 단순한 인과관계로 해결되지 않음을 받아들이는 것이죠.
- 문제의 발생 지점에서 벗어나 종합적 사고를 통해 다른 확장된 지점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안을 제시할 수 있음을 이해하자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시스템을 어떻게 쉽게 시각화하고 이해할 수 있을까요?
1. 피드백 루프 다이어그램
이해관계자 맵 외에도 시스템을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 피드백 루프 다이어그램을 그려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 다이어그램은 시스템이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조절 메커니즘을 명시적으로 표현해보는 방식입니다.
피드백 루프 다이어그램은 복잡해 보일 수 있지만,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해줍니다. 어떤 문제가 오랜 시간 동안 해결되지 않고 있다면, 그 문제를 지속시키는 다양한 요소들이 이미 시스템 내에 존재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피드백 루프 다이어그램을 통해 현재 상황을 유지하게 만드는 요소를 파악하고 이를 어떻게 제거할 수 있을지 고민할 수 있습니다.
실내 온도 조절기를 예로 들면, 실내 온도를 23도로 설정하면 겨울에는 보일러가 자주 작동하고 여름에는 작동하지 않습니다. 이는 온도 센서와 보일러 컨트롤러가 사용자 설정값에 따라 작동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죠. 우리는 이미 자동화된 시스템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설정한 값에 의해 조절되고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생활비가 특정 금액대에서 유지된다면 그 소비 패턴을 유지하게 만드는 다양한 메커니즘이 이미 존재하는 것입니다. 갑자기 줄이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죠.
지난 겨울 높은 가스 요금 고지서를 받아 놀란 경험이 있을 수 있습니다. 시스템은 사용자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설정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작동하고 있었던 것이죠. 이처럼 시스템의 결과는 지연되어 나타나며, 인간은 점차 그 결과에 적응하게 됩니다.
2. BOT 그래프 (Behavior Over Time)
시스템의 결과가 지연되어 나타난다는 특성을 시각화하는 방법이 BOT 그래프입니다. 예를 들어 매달 은행에 돈을 적립하면 시간이 지나 복리 효과를 얻게 되죠.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엔비디아 같은 기업의 주가는 시간이 지나며 등락을 반복하지만, 우상향하는지를 시각적으로 파악함으로써 미래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BOT 그래프는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 추이를 시각적으로 이해하고 미래 효과를 예측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서비스 시스템 디자인 수업 결과물에서는 BOT 그래프를 Future Cone과 접목시켜 사회적 문제에 대한 예측을 시도합니다. 예를 들어, 시간이 흐르며 청년 인구가 줄고 빈곤한 노인이 증가하면, 노년층의 생산 활동 증가, 신체 보조 시스템, 시니어 경제 활동 증가, 계층 갈등 등 다양한 사회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이러한 시스템 사고법은 인간의 뇌로는 자연스럽게 하기 어려운 비직관적인 사고를 통해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발견하고 혁신적인 해결안을 마련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시스템 사고는 시간을 들여 학습할 필요가 있는 생각 도구입니다.